[쉬운 글 읽기] 우리나라 사교육 열풍-영유아 사교육 열풍, 초중고 사교육비 최고치

1. 영유아까지 강타한 한국의 사교육 광풍 - 외신 기사

학원 강의 모습

 

“한국의 치열한 학업 경쟁, 6세 미만 영유아의 절반을 학원으로 내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우리나라의 영유아 사교육(나라가 관리하는 기관 밖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 시장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6세 미만 영유아 중 47.6%가 학원에 다니고, 심지어 2세조차 되지 않은 영아의 4분의 1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FT는 우리나라의 학원을 ‘hagwon’이라고 표기하며 ‘영어, 수학, 과학, 글쓰기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는 기관’이라고 소개했는데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교육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어 “한국 사회에서 명문대 입학과 대기업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며, 사교육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부모들이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자녀가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교육 열풍은 출산율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FT는 “사교육비 부담이 자녀를 키우는 비용을 더욱 높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인구 구성에서 노인의 비율이 높아짐)하는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학업 경쟁이 영유아까지 확산된 것도 문제지만, 이러한 환경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인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사교육비 증가는 가계 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지출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29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학생 수는 521만 명에서 513만 명으로 8만 명(1.5%)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인해 노후 빈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말했습니다.

 

또한 부모 경제력에 따른 학습 격차, 영유아기부터 벌어집니다.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따르면 소득 규모별 사교육 지출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매달 32만2000원을 지출해, 소득 300만 원 미만인 가구(4만8000원)의 6.7배에 달했습니다.

2. 초중고생 사교육비, 4년 연속 최고치

초등 의대준비반 학원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총 29조2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4년 연속 최고치로, 올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전체 액수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전년보다 학생 수는 1.5%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7.7% 증가하며 증가 폭도 확대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사교육 경감 및 학습 격차 완화’를 내세웠고 물가상승률 아래로 사교육비 증가율을 억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교육부는 2023년 사교육비를 1조8000억 원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조1000억 원 늘었습니다. 지난해는 “반드시 사교육비를 감소시키겠다”며 4000억 원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조1000억 원 늘었습니다. 그러면서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사교육비 증가의 주요 원인은 의대 증원때문이었습니다. 의대 열풍이 초등 단계까지 확대되면서 ‘초등의대반’이 생기는 등 선행학습 수요가 크게 늘어났으며, 정부는 초등학생 사교육 수요를 학교로 흡수한다며 지난해 늘봄학교를 시작했지만 시간 때우기식 프로그램이 많아 사교육 의존은 더 심해졌습니다. 킬러문항 배제 같은 즉흥적 정책과 극과 극을 오간 모의평가 난이도 역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수험생의 불안감만 키웠습니다.

 

초중고교생 사교육 참여율이 80%에 달하고 영유아 시기에도 사교육 의존이 심화되는 것은 공교육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매년 교육교부금은 늘고 국가교육위원회까지 만들어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데 왜 공교육은 계속 퇴보하고 사교육비 부담만 늘어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상황입니다.